사례 및 판례
지난 8월 20일 한명숙 국회의원의 정치자금법윈반사건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있었습니다. 1심에서 무죄판결을 받았으나 2심에서 유죄판결을 받아 대법원의 판결이 국민들의 관심을 많이 받았고 대법원 판결 후에 많은 매체들이 이 사건을 보도하였지만 일반 국민들이 사건을 이해하기에는 부족한 점이 있었습니다. 대법원의 보도자료를 통해 사건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시길 바랍니다.
국회의원 한명숙의 정치자금법위반 사건 보도자료
대법원 공보관실(02-3480-1451)
대법원(재판장 대법원장 양승태, 주심 대법관 이상훈)은 2015. 8. 20. “한신건영의 대표이사인 한만호로부터 합계 9억여 원의 정치자금을 수수하였다”는 범죄사실로 원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상고한 피고인 한명숙(국회의원)에 대한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에서 피고인의 상고를 기각하여 유죄를 확정하는 전원합의체 판결을 선고하였음(대법원 2015. 8. 20. 선고 2013도11650 전원합의체 판결)
1. 사안의 내용
▣ 공소사실의 요지
● 피고인 한명숙은 건설업체인 한신건영의 대표이사인 한만호로부터, ① 2007. 3. 31. - 2007년 4월 초순경 피고인 한명숙의 아파트 단지 부근의 구 도로에서 여행용 가방에 담긴 현금 1억 5,000만 원, 1억 원
짜리 자기앞수표 1장 및 5만 달러(1차 정치자금, 합계 3억 원),
② 2007. 4. 30. - 2007년 5월 초순경 피고인 한명숙의 아파트에서 여행
용 가방에 담긴 현금 1억 3,000만 원 및 17만 4,000달러(2차 정치자
금, 합계 3억 원),
③ 2007. 8. 29. - 2007년 9월 초순경 피고인 한명숙의 아파트에서 여행
용 가방에 담긴 현금 2억 원 및 10만 3,500달러(3차 정치자금, 합계
3억 원) 총 합계 9억여 원을 정치자금으로 받은 혐의로 정치자금부정수수죄로 기소됨
▣ 원심 및 제1심 법원의 판단
● 검찰에서 여러 차례에 걸쳐 공소사실에 완전히 부합하는 진술을 하였던 한만호가 제1심 법정에서는 9억여 원의 자금 조성 사실 자체는 그대로 인정하면서도, 그 사용처에 관해서는 검찰 진술을 전면적으로 번복하여 자신의 검찰 진술은 허위이며, 피고인 한명숙에게 정치자금을 제공한 것이 아니라 다른 곳에 사용한 것이라고 주장함
● 결정적인 직접 증거인 한만호의 검찰 진술의 신빙성을 놓고, 제1심은조성된 9억여 원의 자금 사용처 등에 관한 한만호의 제1심 법정 진술을 그대로 믿을 수 없다고 하면서도, 한만호가 자신의 검찰 진술이 꾸며낸 허위 사실이라고 하여 검찰 진술을 전면 번복한 점과, 한만호의 검찰 진술 자체 및 이를 뒷받침하는 다른 증거들에 내재된 여러 가지의문점을 이유로 한만호의 검찰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하고 공소사실을 무죄라고 판단함
● 반면, 원심은 한만호의 제1심 법정 진술에도 불구하고 검찰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하고, 한만호의 검찰 진술은 한신건영의 경리부장으로서 9억여원 의 자금 조성에 관여한 정현진 등 관련자들의 진술, 정현진이 비자금 사용 내역을 기록한 비자금장부, 계좌추적결과, 환전기록 등 객관적인 서류, 특히 피고인 한명숙의 동생인 한선숙이 1억 원짜리 수표를 사용한 사실과 나중에 한만호가 피고인 한명숙의 비서인 김문숙을 통하여 2억 원을 돌려받은 사실 등 여러 정황에 의하여 뒷받침된다고 보아 공소사실을 전부 유죄로 인정함(☞ 징역 2년 및 추징, 불구속 실형 선고)
2. 사건의 쟁점
▣ 한만호가 제1심 법정에서 9억여 원의 자금을 조성하여 피고인 한명숙에게 정치자금으로 제공하였다는 검찰 진술을 번복하였음에도, 그 검찰 진술의 신빙성을 그대로 인정한 원심의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는 등의 잘못이 있는지 여부가 주된 쟁점임
▣ 증거의 취사선택이나 증거의 증명력 판단은 사실심법원의 자유심증에 속하며, 법률심이자 사후심인 대법원은 하급심의 사실인정 문제에는 관여하지 않는 것이 원칙임. 다만 사실심의 판단이 증거도 없이 사실을 인정하거나 객관적인 실에 명백히 반하는 등으로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형사소송법 제383조 제1호가 규정한 법령위반의 상고이유에 해당하게 됨
3. 판결의 요지
▣ 1차 정치자금 3억여 원 부분 ➠ 전원 일치 유죄
● 관여 법관 전원이 일치하여 유죄를 인정함
● 그 주요한 근거는 다음과 같음
- 한만호는 제1심 법정에서‘9억여 원의 자금을 조성한 것은 맞지만 피고인 한명숙에게 정치자금으로 제공한 것이 아니라 김문숙에게 빌려주거나 공사 수주를 위한 로비자금 등으로 사용한 것’이라고 새롭게 주장함. 그러나 원심 및 제1심이 일치하여 한만호의 이러한 제1심 법정 진술을 믿을 수 없다고 판단하였고, 그러한 판단은 정당함
- 한만호가 1차로 조성한 자금에 포함된 1억 원짜리 수표를 피고인 한명숙의 동생인 한선숙이 전세금으로 사용한 사실이 밝혀짐.‘김문숙이 한만호로부터 1억 원짜리 수표를 빌린 뒤 다시 한선숙에게 빌려주었다’는 김문숙 및 한만호, 한선숙의 주장은 원심과 제1심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한선숙이 모르는 사이인 한만호나 제3자로부터 1억 원짜리 수표를 받았을 가능성은 없으므로, 한만호로부터 1억 원짜리 수표를 받아 한선숙에게 건네준 사람은 피고인 한명숙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함
- 한만호는 검찰에서 한신건영의 부도 직후 피고인 한명숙이 2억 원을 반환하였다고 진술한 바 있음. 실제로 피고인 한명숙이 한신건영의 부도 충격으로 입원한 한만호를 병문안 한 다음날 한만호가 김문숙을 통하여 2억원을 돌려받았는데, 그 직후에 피고인 한명숙과 한만호 두 사람이 2차례에 걸쳐 통화한 사실 등으로 미루어, 피고인 한명숙이 한만호로부터 받은 정치자금 중 일부를 돌려준 것으로 볼 수 있음
▣ 2차 및 3차 정치자금 6억여 원 부분 ➠ 다수의견과 반대의견으로 나뉨
● 다수의견
- 위와 같이 한만호의 제1심 법정 진술을 믿을 수 없는 상황에서 단지 한만호가 검찰 진술을 번복하였다는 이유만으로 그 검찰 진술의 전체적인 신빙성이 부정될 수는 없음. 한만호의 검찰 진술의 신빙성은, 그 진술 내용 자체의 합리성, 객관적 상당성, 전후의 일관성, 이해관계 유무 등과 함께다른 객관적인 증거나 정황사실에 의하여 진술의 신빙성이 보강될 수 있는지, 반대로 공소사실과 배치되는 사정이 존재하는지를 두루 살펴 판단하여야 함
- 한만호가 피고인 한명숙을 상대로 전혀 있지도 않은 허위의 사실을 꾸며 내거나 굳이 과장․왜곡하여 모함한다는 것은 선뜻 납득하기 어려운 일임.
또한, 한만호가 어떠한 이익을 얻거나 곤란한 처지에서 벗어나기 위하여 검찰에서 허위 또는 과장․왜곡된 진술을 한 것이라고 합리적으로 의심할만한 정황 역시 특별히 나타나지 아니함
- 검찰 수사 당시 다른 증거가 미리 확보된 상황에서 한만호가 추궁을 받고피고인 한명숙에게 정치자금을 제공한 사실을 시인한 것이 아니라, 한만호가 먼저 그러한 사실을 진술하고 나서, 자금 조성 내역과 일치하는 금융자료, 정치자금을 담아 운반하였다는 여행용 가방의 구입 영수증, 한신건영의 경리부장으로서 한만호의 지시를 받아 자금 조성에 관여한 정현진의 진술, 정현진이 작성한 비자금장부 등 한만호의 검찰 진술과 부합하는 증거들이 차례로 조사됨
- 자금의 관리와 비자금의 조성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 정현진은 일관되게 한만호가 조성을 지시한 자금이 모두 피고인 한명숙에게 제공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진술하였음. 그리고 정현진이 이 사건에 관한 수사가 시작되기도 전에 작성해 둔 비자금장부 등에도 공소사실과 부합하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으며, 정현진의 진술과 일치함. 이는 1차, 2차, 3차 정치자금 제공에 관한 한만호의 검찰 진술 전체의 신빙성을 뒷받침하는 증거가 됨
- 한만호는 3차례에 걸쳐 여러 명의 직원들을 동원하여 환전을 하는 등 매번 유사한 방법으로 복잡한 과정을 거쳐 현금과 달러로 은밀하게 자금을 조성하였음. 피고인 한명숙이 1차로 조성된 자금에 포함된 1억 원짜리 수표를 제공받고 1차, 2차, 3차 조성 자금 중 어느 쪽에 포함되는 것인지 불분명한 2억 원을 한만호에게 반환한 사실이 드러나게 되었다면, 한만호가 같은 방식으로 조성한 나머지 6억 원의 자금도 피고인 한명숙에게 제공되었다고 보는 것이 상식에 부합함
- 한만호의 검찰 진술을 1차, 2차, 3차 정치자금별로 나누어 일부만 믿고 나머지는 믿지 않는다는 식으로 그 신빙성과 증명력을 달리 평가할 이유나 근거는 없음. 이는 정현진의 진술이나 비자금장부 등의 기재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임
● 반대의견
- 공판중심주의, 직접심리주의 원칙과 전문법칙의 취지에 비추어, 동일인의 수사기관 진술과 법정 진술의 내용이 정반대일 경우 법정 진술의 신빙성을 부정하고 수사기관 진술을 증거로 삼으려면 이를 뒷받침하는 객관적인 자료가 있어야 하고, 그렇지 않다면 공개된 법정에서 위증죄의 부담을 지면서 쌍방의 신문을 거친 법정 진술에 더 무게를 두어야 함
- 1차 정치자금 수수 부분은 객관적인 증거자료에 의하여 유죄로 인정되지만, 이와는 달리 2차 및 3차 정치자금 수수 부분의 경우에는 한만호의 검찰 진술이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 만한 신빙성이 있다고 할 수 없으며, 정현진의 진술 등만으로는 한만호의 검찰 진술의 신빙성이 뒷받침된다고 보기 어려움
- 한만호는 7개월이 넘는 기간 동안 수십 차례에 걸쳐 검찰 조사를 받았으나, 1회의 진술서와 5회의 진술조서 외에는 어떠한 조사를 받고 어떠한 진술을 하였는지 알 수 있는 자료가 전혀 없는 등 증거수집과정이 수사의 정형적 형태를 벗어남으로써 수사의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고, 허위가 개입될 여지가 있음
- 한만호는 검찰 진술 당시 사용처가 불분명한 비자금의 정당한 사용 내역을 밝히지 못하면 횡령죄로 처벌을 받을 수 있는데다가 수사협조의 대가로 한신건영의 경영권을 되찾겠다는 생각을 품고 있었으므로, 피고인 한명숙에 대한 정치자금 제공 여부나 그 규모와 관련하여 허위나 과장 진술을 하였을 가능성이 있음
- 비자금장부 사본은 입수 경위가 의심스럽고 피고인 한명숙이 사용처로 직접 적시되어 있지 않아 실질적 증명력이 없으며, 정현진의 진술도 피고인 한명숙에게 건넨 자금의 액수를 변경하여 진술하기도 하고 한만호의 불분명한 말만을 듣고 막연히 추측한 내용으로 보여 믿기 어려움. 다른 객관적인 증거나 정황사실은 존재하지 아니함
4. 판결의 의의
▣ 이 사건은 검찰에서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진술을 한 한만호가 제1심 법정에서는 9억여 원의 자금 조성 사실 자체는 그대로 인정하면서도, 그 사용처에 관해서는 검찰 진술을 전면적으로 번복한 특이성이 있는데다가, 1억원짜리 수표의 사용, 2억 원의 반환과 같은 관련 사실이나 정황 및 다수의 관여자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사안이라고 할 수 있음
▣ 대법원은 여러 사실과 정황 등을 토대로, 공소사실 전체를 유죄로 인정한 원심의 판단에 증거법칙 위반의 위법이 없다고 판단하였음
● 1차 정치자금 수수 부분의 경우 공여자와 전혀 모르는 사이인, 피고인 한명숙의 동생 한선숙이 1억 원짜리 수표를 사용한 사실, 한신건영의부도 직후에 피고인 한명숙이 한만호에게 2억 원을 돌려 준 사실 등 객관적인 증거에 의하여 공소사실이 충분히 뒷받침된다고 보아, 관여 법관 전원 일치의 의견으로 유죄로 판단하였음
● 2차 및 3차 정치자금 수수 부분의 경우에도, 한만호가 2억 원을 반환받은 사실, 자금관리와 비자금 조성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 정현진의 일관된 진술과 비자금장부의 내용 등의 여러 증거를 바탕으로 볼 때, 이에 관한 한만호의 검찰 진술의 신빙성이 인정된다고 보아, 다수의견은 유죄로 판단하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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